Page 88 - 고경 - 2021년 2월호 Vol.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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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다 한들 어떠리오,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마음속 은사님으로 차 스
          승님으로 모시고, 가끔 마음속 문안 여쭈면 나만의 은사님 스승님이 되는
          것이니, 어물쩍 후안무치厚顔無恥를 부려봄직하다.

           다솔사 수련은 지구별 연합 수련의 하나로 주제는 『반야심경』 공부였다.

          그러나 일정표에 나와 있는 참선 토론 시간을 반시간으로 줄이고 강의를
          한 시간 더 많이 받았다. 즉, 하루 10시간씩 『반야심경』을 공부하고, 한국
                                     2)
          의 茶道 강의를 들었다. 총림叢林 보다 조금 늦은 새벽 4시 반에 기상하여
          예불을 시작으로 진행하였다(사진 1).

           다솔사 수련은 강의 위주였다(사진 2). 『반야심경』을 공부하고(사진 3), 차
          를 공부하였다. 마지막 차 강의를 필자의 첫 번째 차 스승님이 되신 효당
          스님(사진 4)께서 주재하셨다. 이 마지막 강의에서야 처음으로 차 한 잔을

          맛볼 수 있었다. 차는 맛이 없었다.  마치 맥주를 처음 맛보았을 때는 그
                                       3)
          맛이 별로였으나 2-3번 맛보며 그 미묘한 맛을 알아가는 것과 같은 이치였
          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차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는 가급적 좋은 차
          를 시음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 왔다. 차를 처음으로 맛보는 그 순간의 기

          억이 초급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차 맛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차 시음을 하며 효당 스님께서 하신 말씀
          이 지금까지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차가 무엇이냐, 차가 무엇이냐?’고





          2)  총림은 참선수행을 하는 선원, 경전을 교육하는 강원, 계율을 전문 교육하는 율원 등이 갖춰진 종합대
           학교 같은 사찰로 우리나라에는 7개의 총림이 있다.
          3)  당시 차는 고급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68명의 수련생에게 한꺼번에 시음하도록 해 차를 내는
           것만도 쉽지 않았으리라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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