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고경 - 2021년 2월호 Vol.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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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성 차이
우리나라, 일본, 중국을 녹차 문화권의 나라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동양
3국의 차에 대한 기호도가 확연하게 다르다. 녹차뿐만 아니라 대용차를 만
들 때에도 빛깔을 좋게 하기 위해서는 찻잎을 찌고, 향기를 좋게 하기 위해
서는 발효시키고, 맛을 좋게 하기 위해서는 볶는다. 녹차는 제조 초기에 찻
잎에 존재하는 효소를 불활성화시킴으로써 발효를 정지시킨다. 발효를 정지
시키는 방법으로는 ‘볶음’ 방법과 ‘찜’ 방법이 있는데, 전자를 볶은차, 덖음차,
부초차釜炒茶라 하고, 후자를 찐차 혹은 증제차蒸製茶라 한다.
빛깔에 대한 기호도와 감성이 풍부한 일본 사람들은 제조 초기에 증기
에 의해 효소를 불활성화 시켜 찻잎의 파란색이 유지된 찐차 계통인 센
차煎茶를 좋아한다. 음식의 빛깔을 중시하여 음식을 눈으로 먹는다고 하
는 일본 사람들의 기호성 때문이다. 우리말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
다.’는 말이 있으나 이것은 우리 음식에서 양념이 잘되고, 정성을 들여 아
름답게 담아 내놓은 음식을 말하는 것이지, 일본 사람들처럼 외관을 중시
하여 과대 포장을 하고 색소를 넣은 듯한 원색의 음식을 말하는 것은 아
닐 것이라 생각한다.
반면, 향성이 풍부한 중국 사람들은 향기로운 차를 좋아한다. 원료 찻
잎의 품질이 여의치 않아 향기가 생성되지 않으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화
장품 냄새가 난다고 하여 싫어하는 자스민 꽃잎으로 화훈花薰하여 향기를
입히기까지 한다. 반 발효시켜 향기로운 청차 계통의 차를 여러 종류 발전
시키게 된 것도 이렇게 향을 좋아하는 중국 사람들의 향성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치, 젓갈, 식혜 등 발효 식품을 상식常食하는데, 이
는 그 발효 식품들의 ‘맛’이 좋기 때문이다. 이로 미루어 우리나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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