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 - 고경 - 2021년 4월호 Vol.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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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말하는 ‘이 법’은 불생불멸의 법을 말합니다. 곧 천삼라天森羅,
          지만상地萬象이 모두가 불생불멸의 자리에 있어서 세간의 모습 이대로가
          늘 머물러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세간의 모습은 언제나 시시각각으

          로 나고 없어지지만, 그것은 다만 겉보기일 뿐이고, 실제의 내용에서는 우

          주 전체가 불멸이니 그것이 바로 모든 것의 참모습입니다.
           이것을 또 『화엄경』에서는 무진연기無盡緣起라고 합니다. 곧 한없이 연기
          할 뿐 그 본디의 모습은 모두가 불생불멸이며 동시에 이 전체가 다 융화하

          여 온 우주를 구성하고 아무리 천만번 변화를 거듭하더라도 상주불멸 그

          대로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바로 알면 불교를 바로 아는 것이며 아울러 불교의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됩니다. 그러나 이것을 바로 알지 못하면 불교에 대해서 영

          영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누구든지 불교를 알기 위해서는 산중에 들

          어와 눈감고 앉아서 참선을 하거나 도를 닦아야 하는데, 그것이 또한 문제
          가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도를 깨치기 전에는 불생불멸하는 이 도
          리를 확연히 알 수 없다 하더라도, 요즘은 과학만능 시대이니까 불교에서

          말하는 불생불멸의 도리를 과학적으로 근사하게 풀이해 보일 수가 있다 이

          말입니다. 그렇다면 불생불멸이 과학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가?
           자고로 여러 가지 철학도 많고 종교도 많지만, 불생불멸에 대해서 불교
          와 같이 이토록 분명하게 주장한 철학도 없고 종교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

          불생불멸이라는 것은 불교의 전용이요, 특권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과학이 자꾸 발달하여서 요새는 불교의 불생불멸에 대한 특권을 과학에
          빼앗기게 되었습니다.
           어째서 빼앗기게 되었는가?

           과학 중에서도 가장 첨단과학인 원자물리학에서 자연계는 불생불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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