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8 - 고경 - 2021년 4월호 Vol.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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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그렇지  않고  기초적
                                                 사실만을 간략하게 적은 것
                                                 을 ‘짧은 상량문’이라고 하

                                                 는데, 불교건축의 상량문이

                                                 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사진 5. 은해사 기기암의 ‘긴 상

          사진 4. 수덕사 대웅전 화반 묵서(0308).             량문’ - 1:서사, 2:본사, 3:육위
                                                 송, 4:결사, 5:연화질).



            상량문 변화의 시작



           상량문을 처음부터 종이에 쓴 것은 아니고 종이에 쓰기 이전에는 부재

          에 직접 적었다. 종이에 먹으로 상량문을 적기 시작한 시기는 확인된 사례
          를 중심으로 본다면 곡성 ‘도림사 대루상량문(1677)’으로 17세기 후반이라

          고 볼 수 있다. 숭례문의 경우 1479년에 쓴 ‘긴 상량문’이 2층 북쪽 하중下
          中도리 받침장여에 직접 적혀 있는 것이 발견되었는데, 이처럼 ‘긴 상량문’

          도 초기에는 부재에 직접 줄맞춰가며 썼던 것이다.
           이후 상량문을 종이에 써 종도리에 홈을 파서 넣기 시작하였는데, 이런
          변화가 생긴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상량식 전반에 대한 중요한 변

          화가 생겼기 때문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물론, 이후에도 어떤 경우에는

          종도리에 직접 ‘짧은 상량문’을, 또 어떤 경우에는 ‘긴 상량문’을 써 넣기도
          하였다. 특히 종도리에 ‘짧은 상량문’을 적는 경우에도 한지에 ‘긴 상량문’을
          적어 종도리에 별도로 넣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상량문을 써 넣는 두 가지 방법을 선택적으로 사용하였으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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