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고경 - 2021년 4월호 Vol.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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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 악세사리를 상량문과 함께
기문장처에 넣는 것은 부처님
의 가피를 입고자 하는 대체신
체代替身體를 의미한다. 이는
불상의 복장에 평소 입고 있던
저고리를 넣는 것과 같은 의미
이다. 이처럼 같은 상량식을 해
도 불교에서는 상량문의 형식
은 물론, 의식의 과정까지도 전
혀 다른 방식으로 바꿔가며 자
기 것으로 만들어 내고 있는 것
이다(사진 8. 보문사 상량의식).
그런데 상량유물이 이렇게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음에도
당대에 주요 의식을 정리하고
있는 『작법귀감』(1826)이나 『석
문의범』(1935)에 상량식과 관련
사진 8. 보문사 상량의식.
된 언급이 없다는 점은 정말 특
이하다. 이는 당시 불교계에서는 『조상경』에 근거한 복장의식과는 달리 뒤
늦게 상량식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 의례적으로 정비하여 통일해야할 필요
성이 아직 충분하게 제기되지 못한 상태에서 조선말기의 격랑 속으로 빠져
버리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아무튼 상량문과 상량문을 넣는 의식 모두
불교만의 색깔을 유지하고 있었던 점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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