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4 - 고경 - 2021년 5월호 Vol.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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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보아 정문에 빠르게 들어감[明見佛性, 早入定門]”이라는 궁극적인 경계
를 제시하는데, 이는 ‘견성성불見性成佛’의 원형原形이라고 하겠다. 또한 ‘수일
불이’를 통하여 “종일 간看하여 멈춤이 없으면, 모두 사라져 마음은 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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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안정하게 된다.” 라고 하여 ‘입도안심’을 실현코자 하는 것이다.
달마가 선수학의 전통을 계승한 정학定學과는 달리 ‘이입사행二入四行’의
간결한 선사상을 도출했다고 한다면, 도신은 복잡한 천태학으로부터 ‘오문
선요’를 제창하였다고 할 수 있다. 비록 달마-혜가계와 도신-홍인계는 사
법관계가 존재하지 않고, 그 선사상 역시 같은 맥으로 볼 수 없지만, ‘불성’
과 ‘반야’라는 틀로 간결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일치하는 점이 있다
고 하겠다. 이러한 점은 중국적 사유의 특징인 “앎이 간결하면 실행이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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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함[知簡行易]” 과 완전히 부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이후의 선사상
은 모두 이러한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고 하겠다.
14) [唐]淨覺, 『楞伽師資記』(大正藏85, 1288a) “終日看不已, 泯然心自定.”
15) 『周易』, 『繫辭傳上』 “건乾은 쉬운 것으로써 알고, 곤坤은 간단한 것으로 능함이니, 쉬우면 알기 쉽고,
간단하면 따르기 쉬우며, 쉽고 간단해서 천하의 이치를 얻는다.[乾以易知, 坤以簡能, 易則易知, 簡則易從, 易簡
而天下之理得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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