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 - 고경 - 2021년 7월호 Vol.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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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경우 자연의 원리에 충실할 때라고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어떻게 생각
             하시는지요?
               “자연을 바로 보는 것이 참다운 미입니다. 화가는 자기가 보는 대로 그

             리지요. 그러나 눈을 뜨고 보는 사람하고 눈을 감고 보는 사람의 작품은

             천지 차이가 있는 겁니다. 내가 자꾸 눈을 뜨면 광명이고 눈을 감으면 캄
             캄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눈을 뜨고 사는 것 같지만 실제에 있
             어서는 감고 사는 거예요.

               눈을 바로 떴을 때라야 ‘아, 내가 이제껏 눈을 감고 있었구나.’ 하고 깨닫

             지요. 꿈을 꾸면서 꿈이라고 어디 생각합니까? 꿈을 깨서야 아, 꿈을 꿨었
             구나 하는 거와 마찬가집니다. 자연, 자연 해도 보는 사람마다 다 달라요.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나 그것을 바로 보기는 참으로 어려운 것입니다.”




             ※ 스님께서 조금 전에 말씀해 주신 ‘바로 보는 경지’를 일반적으로 도道라고
             들 하는 것 같습니다. 그 도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그리고
             도를 깨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도는 우주의 근본이며 만물의 자체이니 시공을 초월하고 시공을 포함

             한 절대체絶對體입니다. 따라서 만물 하나하나가 모두 도이며 현실이 곧 절
             대입니다. 이 도는 인간의 마음속에 완전히 갖추어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마음을 바로 보면 도를 아는 것이니, 이것을 깨쳤다고 하지요.

               마음을 보지 못하는 것은 망상이 마음을 덮고 있기 때문이니, 구름이

             해를 가리면 해를 보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해를 보려면 구름이 걷혀야
             함과 같이 마음을 보려면 망상을 없애야 해요. 망상이 티끌만큼이라도 남
             아 있으면 마음을 보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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