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고경 - 2021년 7월호 Vol.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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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스님, 도를 깨치면 어떻게 됩니까?
“도를 깨치면 망상이 영영 소멸되어 소멸된 그 자취도 없게 되니 이것을
무심無心이라고 합니다. 망상이 소멸되어 무심이 되면 어떠한가. 목석木石과
같으냐, 그게 아니지요. 큰 지혜광명이 나타나서 항상, 한결같이, 영영 변함
이 없습니다. 이것을 일여一如라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깊이 잠이 들면 정
신이 캄캄하게 어둡지만 깨친 사람은 광명이 항상 일여하므로 아무리 깊은
잠이 들어도 마음은 밝아 있으니, 이것이 깨친 제일의 증거이지요.”
※ 운명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운명이라는 것을 바꿀 수 있는지
요? 있다면 그 방법을 일러주십시오.
“인과因果가 있을 뿐이지 결정적인 운명은 없습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우주의 근본 법칙 그대로이지요. 모든 결과는 노력 여
하에 달려 있습니다. 결과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힘써 노력하면 좋은 결과
는 자연히 따라옵니다. 여기에 큰 자유의 원리가 깔려 있어요. 어떤 분은
결과가 원인에 반비례하는 일도 있다고 할지 모르나 이는 노력이 부족한
탓이지 운명 때문은 아닙니다. 자력自力을 다했을 때 타력他力이 나타나는
거예요.
선은 행복을 낳고 악은 불행을 부르는 원리에는 변동이 없습니다. 즉 남
을 돕는 선행만 하면 바라지 않아도 선과善果는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그
러나 특별히 유의할 것은 남을 도울 때는 다만 남을 돕는다는 생각만 가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남을 이만큼 도우면 나에게 그만한 대가가
올 것이라는 상업심리로 하면 이는 장사이지 남을 돕는 것이 아닙니다.
참으로 남을 돕는 사람은 남을 돕고 또 돕고 하여 이것을 끝없이 반복
하여 나아갑니다. 여기에서 참다운 운명을 알게 되어 영원한 인격자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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