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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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하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3천 배 기도를 시키는 것입니다. 그냥 절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 절해라, 자신을 위해 절하는 것은 거꾸로 하
             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3천 배 절을 하고 나면 그 사람의 심

             중에 무엇인가 변화가 옵니다. 변화가 오고 나면 그 뒤부터는 자연히 스스

             로 절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억지로 남을 위해서 절하는 것이 잘 안 되어
             도, 나중에는 남을 위해 절하는 사람이 되고, 남을 위해 사는 사람이 되
             며, 그렇게 행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3천 배는 그전부터 시켰는데, 본격적으로는 6·25사변 뒤 경남 통영 안

             정사 토굴에 있을 때부터입니다. 또 대구 파계사 성전암에 있을 때는 어떻
             게나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지 산으로 피해 달아나기도 했지요. 그러면
             산에까지 따라옵니다. 한 말씀만이라도 해달라 하거든요. ‘그럼 내 말 잘

             들어, 중한테 속지 마라. 나 같은 스님들한테 속지 말란 말이야.’

               이 한마디밖에 나는 할 말이 없어요. 그래도 자꾸 찾아 오길래 할 수 없
             이 철망을 쳤지요. 그래서 성전암에서 철망 치고 한 10년 살았습니다. 철
             망을 치고 산 것도 겉으로 보면 도도한 것 같은데, 그런 것이 아닙니다. 지

             금도 그렇습니다. ‘나를 찾아오지 마시오. 부처님을 찾으시오.’ 하고 말입니

             다. 내가 어떻게, 무엇으로 부처님을 대행하겠습니까. 나야 그저 산중에 사
             는 사람이니 산사람이지요.”



             ✽ 요즘 세태를 보면, 날이 갈수록 인간 사회가 험악해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어떻게 하면 인간다운 인간 노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인간 사회에서 존립의
             터전으로 내려온 기존의 가치 체계나 규범이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산중에 들어앉은 사람이니 세상일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요새 풍조를

             보면 너무나 물질에 치중한 것 같아요. 물질에 치중해서 물질에 자꾸 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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