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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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식이 없으니 불쌍하다. 그러니 불쌍해서 구해 준다는 것은 상대의 인
          격을 완전히 무시하여 하는 말입니다. 그 말은 결국 인간의 존엄성을 근본
          적으로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우리 불교에는 ‘구원’이란 없습니다. 구원이란 불쌍하고 못난 사람을 구

          한다는 말 아닙니까. 그래서 내가 늘 말합니다. 불공이란 남을 돕는 것이
          고 그냥 돕는 것이 아닙니다. 저쪽 상대가 부처님이기 때문에 ‘불공’이다,
          이 말입니다. 남을 돕고 모시는 것이 불공이다, 이 말입니다. 자기 아버지

          가 만약 배가 고프다면 아버지가 불쌍해서 밥을 가져다 드립니까? 큰일 날

          소리입니다. 그것은 자기 아버지를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아버지가 병
          이 났을 때 불쌍하니까 구병救病한다고 하면 그것도 자기 아버지를 모르
          고 하는 소리입니다.

           그러니 우리 불교에서는 근본 생활을 불공하는 데 두어야 합니다. 모든

          존재, 모든 상대가 부처인 줄 알면서 부처님으로 섬기고 존경하고 봉양한
          다면 극락세계를 따로 갈 필요가 없습니다. 이대로가 극락세계가 아닐래야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니 모든 인간이 모든 생명이 본래 부처라는 이것부

          터 알아야 되겠습니다.”



          ✽ 정말 불공의 진짜 의미입니다. 절에서도 그렇습니다만, 흔히 부처님 앞에
          무얼 차려 놓고 똑딱거리는 것을 불공으로 삼고 있는데, 방금 스님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불공을 한다면, 처처處處에 부처이고 처처에 법당이기 때문에 세

          계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내가 늘 하는 말입니다만, 절은 불공을 가르치는 곳이지 불공하는 곳
          이 아닙니다. 탁자에 앉아 있는 부처님만 부처고 밖에 있는 부처님은 부처

          아니냐는 말입니다. 탁자에 앉아 있는 부처님은, 모든 존재가 부처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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