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5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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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놓았을까? 당시 기록에는 ‘솥을 엎어놓은 것처럼 보이는 쇠로 만든 것
             과 그 위에 불꽃모양의 보주가 놓여 있다.’고 적고 있는 것으로 보아 복발
             과 보주 정도는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금은 돌로 된 보주만

             남았다. 이렇게 탑이 보통의 전각으로 변하다보니 위치도 마당 가운데서

             한쪽으로 옮겨지게 된 것이다.
               이 금산사 대장전의 사례를 통해 목탑이 점차 보통의 전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은 진신사리 대신 법사리를 봉안하던 탑의

             조영 전통은 점차 사라지고 이를 대체하는 다른 무엇인가가 생겼다는 것

             을 의미하는 것이다. 앞에서 간단히 살펴본 대로 점차 다양한 형태로 ‘법
             보(법사리) 신앙’이 발달하였으며, 더불어 진신사리 신앙 중 일부는 새롭게
             등장한 적멸보궁으로 흡수되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래서 지금 다시 질문 하면


               목탑은 조성하고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공력이 대단하기 때문에 석탑에

             비해 조성빈도가 낮았던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다 사리신앙의 한계와 법보

             신앙의 새로운 전개로 인해 조탑造塔 횟수가 줄어들었고, 기존 목탑은 불
             전화佛殿化 되어 가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법주사 팔상전
             은 이름만 바뀐 것이고, 쌍봉사 대웅전은 건축형식만 남은 것이고, 금산사

             대장전은 의미만 남은 탑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혹시 글을 읽는 동안

             답이 바뀌지는 않았는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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