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 - 고경 - 2021년 9월호 Vol.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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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셨습니다. 지금까지 법어는 한문이나 게송으로 일반 신도는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게 마련이고 거리감이 있었는데, 금년 초파일 법어는 한걸음 시민
편에 다가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일반이 중도의 원리를 깨닫기에는 큰스님의
법어는 많은 진리가 압축된 것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성불成佛하신 뒤 오늘에
이르기까지 중도는 불교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실천되었는지요?
“부처님께서 성불하신 후 녹야원에서 다섯 비구들에게 설법한 불고불
락不苦不樂이 중도 법문의 효시지요. 선종의 제6조 혜능慧能 스님도 불사선
불사악不思善不思惡[선도 생각지 말고 악도 생각지 말라]으로 개구開口 제일성을
선언했습니다. 또 선종 제3조 승찬僧璨 스님의 저술 『신심명信心銘』도 중도
사상을 강조하였고, 천태 지자天台智者 대사는 교판 사상에서 원교圓敎가
바로 중도라고 했습니다. 화엄종이나 천태종도 서로 자신들의 교리가 중도
사상이라고 했지요. 법상종은 원융무애圓融無礙까지는 못 미치나 그 종파
에서도 중도, 중도 했지요.”
✽ 그러면 부처님 당시 사실을 가장 신빙성 있게 전하는 율장의 경우에는 중
도를 어떻게 보았습니까?
“경율론經律論, 삼장이 똑같이 중도를 벗어나지 않았지요. 부처님 행적
을 보면, 부처님께서는 중도를 깨치시고 중도를 말씀하시고 실천하셨는데,
이것이 화합법계和合法界의 소식이지요.”
✽ 큰스님께서 수행하는 사람은 선善의 편에도 서지 말라고 하시던 말씀이 생
각납니다. 중도는 시비선악 등과 같이 상대적 대립의 양면을 버리고 모순갈등
이 상통융합하는 절대의 경지로, 우주의 실상은 대립의 소멸과 융합에 있다
는 논리지요. 그렇기 때문에 선이 바로 악이 되고 악이 곧 선이라는 원리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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