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고경 - 2021년 9월호 Vol.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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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스님의 법어를 모은 『선문정로禪門正路』와 『산이 물 위로 간다[本地風光]』
가 출간되어 지식인 사회에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두 법어집은 학자
들 사이에서 문학, 철학, 종교적인 측면에서 연구되리라 생각합니다. 영역을 서
두르고 있다고 하나 참뜻이 전달될지 걱정입니다. 두 법어집 모두 난해한 점
이 없지 않으나 큰스님의 육성을 느낄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런데 스님의 법
어집에 나오는 고려 보조 국사 지눌 스님에 대한 평가에 대해 일부에서는 이
견이 있더군요.
“보조 스님의 선은 외선내교外禪內敎요 화엄선이지 조계선은 아닙니다.
보조 스님의 돈오점수頓悟漸修[단번에 깨쳐 점점 닦아 간다]는 하택신회荷澤神
會가 원류原流이지요. 보조 스님의 『수심결修心訣』을 의지하는 선객들도 있
으나 조계선적인 입장에서 보면 지눌 스님은 오락가락한 데가 없지 않아
요. 원돈圓頓사상을 털어 버리고 조계선으로 뛰어들지 못했지요. 보조 스
님이 인교오심因敎悟心[교로 인해서 마음을 깨침]자를 위해 돈오점수를 말하는
것은 조계직전曹溪直傳이라기보다는 화엄선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 밝혀질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조계선과 보조선의 성격은 『선문정로』를 숙독한 다음에 다시 뵙기로 하겠
습니다. 조계종의 법맥을 밝히는 막중한 문제로 모두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큰
스님은 승가대학에 대해 깊은 배려를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
불교 중흥을 위해 모범적인 승려교육 기관의 창설이 시급합니다.
“내가 가장 걱정하는 문제이지요. 승려 자신도 잘 모르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을 지도하겠어요. 법당의 기왓장을 벗겨 팔아서라도 승려를 가르쳐야
우리 불교가 제구실을 하고 전통을 계승할 것으로 믿고 있어요. 종단이 안
정되어 제일 먼저 할 일이 승려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우수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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