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 - 고경 - 2021년 9월호 Vol.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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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의 참뜻은 부처님 육신의 탄생이 아니고, 인간이 미망과
어두움으로부터 떨쳐나고 독선과 아집으로부터 벗어나는 깨달음을 준 것
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깨쳐서 작용하는 영원한 생명으로서 우리들 속에
흐르는 진리의 여울이 되어야 하지요. 그렇기 위해서는 이 사회의 현상을
바로 보고 진정한 뉘우침과 중생 불공하는 간절한 발원이 있어야 불교의
생명력이 있지요. 그러나 우리 시대에는 부처를 파는 승려는 많으나 진정
한 불제자는 찾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고 따르
는 승려 양성부터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 불법의 요체가 깨우침에 있다면, 그 깨우침이란 무엇입니까?
“달이 서산에 졌을 때 달을 보여 달라고 조르면 둥근 부채를 드러내 보
이고, 바람이 없을 때 바람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뭇가지를 흔들어 보여
준다는 말이 있지요. 도道를 깨치면 망상이 소멸되고, 소멸되었다는 흔적
도 없게 되지요. 이런 경지를 무심無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망상이 소
멸된 상태가 생명력이 없는 무정물無情物인 돌덩이와 같은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본래 가지고 있는 지혜 광명을 회복한다는 뜻이지요. 어두움이 따
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밝음이 회복되었다는 이치입니다.
먼지가 끼어 사물을 비추지 못하던 거울이 깨끗하게 되어 거울구실을
하게 되는 것과 같지요. 마음의 눈을 뜨고 보면 전체가 광명인 동시에 대
낮 그대로입니다. 마음의 눈을 뜨고 보면 전체가 부처 아닌 존재 없고, 어
느 곳도 불국토佛國土 아닌 처소가 없지요. 사람이 깨달아 어린이와 같이
순진무구한 마음이 되면 산이 물 위로 간다는 소식이 환하게 드러나지요.
이와 같은 세계가 바로 깨우침의 경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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