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고경 - 2021년 9월호 Vol.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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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련암이 온통 향산香山인 것 같습니다. 스님께서는 꽃도 좋아하시는군요.
“꽃 좋아하지요. 가지마다, 송이마다 화장찰해華藏刹海이지요. 그러나 꽃
보다 아름다운 것은 어린애지요. 어린애들이 놀러 와 춤도 추고 노래를 하
며 재롱을 피울 때가 가장 즐거운 시간입니다. 그들은 내 친구들이지요.
꾸밈없는 천진함이 다름 아닌 진불眞佛의 소식이 아니겠어요.”
✽ 큰스님 선방에 걸려 있는 ‘은거부하구隱居復何求 무언도심장無言道心長’은 만파萬
波 스님의 글씨 같습니다. 특별히 뜻이 있어서 선방에 걸려 있는 것이겠지요?
“세상 사람들이 스님들은 산에 숨어 무엇을 하느냐고 비난 같은 질문을
하지만 묵언黙言으로 도심道心을 기르는 것이 스님의 생활이란 말이지요.
승려는 도락道樂을 이루기 위해서 사는 것입니다.”
✽ 요즘 너무 놀라운 일이 많이 일어나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부인이
남편을 독살한 사건이라든지, 인명人命 경시 풍조가 특히 우리를 전율케 합니다.
“생명의 참모습을 모르기 때문이지요. 모든 생명 있는 것은 부처님과 같
이 존귀한 것입니다. 하물며 같은 무리들끼리야 더 말할 것도 없고, 부부
간의 처지야 한동안 말이 없다가 부부가 이해타산으로 죽인다는 것은 인
간이 이성을 잃고 물질의 노예가 된 극단의 사태를 드러낸 것입니다.”
✽ 불살생을 덕목으로 삼는 불교 입장에서 보면 말문이 막히는 일이 허다합니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벌레까지 보살피는 것이 참 불공이지요. 항차 부부 사
이에 서로가 부처님 모시듯 공경하면 모든 불행은 자취도 없이 사라질 텐데,
행복은 받는 것이나 주는 것이 아니라 짓는 것이지요. 모두가 복 짓는 일을
해 나갈 때 사회의 불안도 가시고 개인의 행복도 보장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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