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2 - 고경 - 2021년 10월호 Vol.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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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하면 즐거움이 더없이 크고, 힘써 너그럽게 행하면 인仁을 구하는 길이
                       12)
          더없이 가깝다.” 라고 하여 이른바 ‘만물비아萬物備我’의 입장을 보이고 있
                                                                 13)
          고, 그렇기 때문에 ‘나’에 비추어 반성한다면, 즉 ‘반구저기反求諸己’ 한다면
          ‘성현聖賢’의 경지에 도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틀은 형식적으로는 제법의 담

          지체擔持體로서의 ‘자성’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하겠다. 그렇다고 사상이 동
          일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유가의 이론을 차용함으로써 ‘불성’의 ‘인성화’
          를 도모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이로부터 기존의 불교나 선에서는 ‘불성’을 ‘인성’을 초월한 보다 상위 개

          념으로 논해 왔다면, 『단경』에서는 우리가 늘 접하는 세상 사람들의 성품
          의 시야로부터 ‘불성’으로서 ‘자성’을 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불성’이 설정되어야 지금 이 자리가 바로 진리가 현현하고 있다는

          ‘당하즉시當下卽是’와 ‘본래현성本來現成’이 가능할 수 있는 측면도 존재한

          다. 『단경』에서는 이와 같이 ‘불성佛性’을 ‘자성自性’, ‘자심自心’, ‘세인성世人性’
          으로 확대시키면서 그에 대한 깨달음, 즉 ‘돈오頓悟’를 명확하게 제창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이어 『단경』의 ‘돈오’를 고찰하고자 한다.















          12) 『孟子』, 「盡心(上)」, “萬物皆備於我矣. 反身而誠, 樂莫大焉. 强恕而行, 求仁莫近焉.”
          13)  『孟子』, 「離婁章句(上)」, “남을 사랑하는데도 (나와) 친하지 않으면 그 인仁을 반성해야 하고, 사람을 다
            스리는데 다스려지지 않는다면 그 지智를 반성해야 하며, 예禮를 다했는데 예로 답하지 않으면 그 공
            경을 반성해야 하고, (일을) 행하고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모든 것을 자신에게서 반성하여 찾아야 한
            다. 자신이 바르면 천하도 바르게 돌아간다.[愛人不親, 反其仁, 治人不治, 反其智, 禮人不答, 反其敬, 行有不得者, 皆反
            求諸己, 其身正, 而天下歸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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