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8 - 고경 - 2021년 10월호 Vol.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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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능의 제자인 남양혜충南陽慧忠(?-775)이 “저 『단경』을 개환改換하여 비
천한 논리를 더하여 섞어서 성의聖意를 깎아 버리고 후학들을 미혹하여 어
지럽게 하니, 어찌 언교言敎를 이루었다고 하겠는가! 괴롭다! 나의 종宗이
2)
손상되었도다.” 라고 한탄하는 것으로 보아 혜충의 시대에 이미 『단경』이
존재하고 있었으며, 그 사상에 대한 개환도 이루어졌음을 추정할 수 있다.
사실상 현존하는 『단경』은 20여 종의 판본이 존재하고, 그와 관련된 연구
는 이미 상당히 상세하게 진행되어 있다. 이와 관련한 언급은 생략하겠지
만, 현존 판본 가운데 돈황본 『단경』이 최고본이고, 종보본宗寶本이 최후의
판본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렇지만 돈황본도 학자에 따라서는 당말唐末 혹
은 오대五代 시기의 필사본으로 보는 견해도 있어 명확하게 혜능조사의 온
전한 법어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현재 『단경』의 최고본과
최후의 판본을 통해 그 사상을 파악할 수밖에 없는 것이며, 그에 따라 돈
황본과 종보본을 통해서 『단경』의 사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돈황본의 온전한 제목은 『남종돈교최상대승마하반야바라밀경육조혜능
대사어소주대범사시법단경南宗頓敎最上大乘摩訶般若波羅蜜經六祖惠能大師於韶
州大梵寺施法壇經』이다. 이를 분석하자면, ‘남종’은 ‘돈교’이며, ‘대승’ 가운데 ‘최
상’의 경전은 바로 ‘마하반야바라밀경’이고, 그를 ‘육조혜능 대사’가 ‘소주 대범
사’에서 ‘법’과 ‘단’을 베푼 ‘경전’이라는 의미이다. 간략히 말한다면, ‘반야경’을
대범사에서 강의하고, 계단을 시설하여 계를 수여한 ‘경전’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단경』에서 논하는 사상은 바로 반야경, 엄밀하게 논하자면 『금강경』
에 입각하여 법을 시설하고, 그러한 사상에 입각한 계, 즉 ‘무상계無相戒’를
2) [宋]道原纂, 『景德傳燈錄』 卷28(大正藏51, 437c-438a), “把他壇經改換, 添糅鄙潭, 譚削除聖意, 惑亂後徒,
豈成言敎! 苦哉! 吾宗喪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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