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7 - 고경 - 2021년 10월호 Vol.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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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하여금 새로운 사상을 희구하게 하였다. 이와 관련된 논술은 짧은 지면
             에 가능하지 않지만, 유학에서는 ‘고문古文운동’을 비롯하여 ‘유불儒佛 융합’
             의 사조思潮가 발생하였으며, 불교에서도 ‘제종諸宗 융합’, 유불도의 ‘삼교합

             일三敎合一’ 등의 흐름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안사의 난’을 평정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하택신회荷澤神會의 공로
             에 의하여 중국 불교는 육조혜능을 중심으로 하는 남종선南宗禪이 주류를
             차지하게 되었다. 사실상 도신道信-홍인弘忍의 동산법문은 앞에서 고찰한

             신수의 북종으로부터 제도불교의 주류를 차지하였고, 또한 파촉巴蜀의 성

             도成都 지역에서는 지선 계열로부터 무상의 정중종이 장악하고 있었기 때
             문에 이미 불교에서 상당한 교세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
             한 바와 같이 신회의 입적 이후에 황권으로부터 공식적으로 혜능이 ‘육조’

             로서 승인되고, 남종선이 정종正宗으로 인정받은 후에는 완벽하게 불교의

             주류로 자리매김하였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종전宗典을 필요로 할 것이고, 그 종전의 내용은
             기존의 불교, 혹은 선법禪法과는 차별된 사상이 담겨 있어야 할 것이다. 이

             러한 과정을 통하여 출현한 것이 바로 『육조단경』이라고 하겠다. 사실상 『육

             조단경』의 제목에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담겨져 있다. ‘육조’는 바로 혜
             능이 중국선의 정종임을 알려주는 것이고, ‘단壇’은 ‘계단戒壇’을 의미하
             며, 또한 ‘경經’은 ‘부처님의 말씀[佛語]’을 의미한다. 따라서 『육조단경』의

             제목으로부터 의미를 확장시키면, 인도로부터 발생하여 전래된 불교가

             드디어 중국인으로서의 ‘불佛’이 나타나 계戒를 수여하며, 새로운 교의敎
             義 체계로써 민중을 제도한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단
             경』의 제목에서 ‘경’으로부터 본다면 반드시 새로운 교의 체계가 존재할 것

             이고, ‘단’으로부터는 새로운 ‘계’가 설해질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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