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 - 고경 - 2021년 11월호 Vol.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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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증명서, 자필 유언장 등의 서류와 더
             불어 대종사 품수에 맞는 공적 사항을
             제출하라는  항목이  눈에  띄었습니다.

             무엇을 써야 하나 한나절 고민하다가 지

             나온 삶의 궤적을 여덟 가지로 정리하였
             습니다. 여기에서는 그중 세 가지만 간
             단히 소개하려고 합니다.

               첫째, 한글 법어의 탄생에 관한 일입

             니다. 1981년 1월 성철 큰스님께서는 대
             한불교조계종  제6대  종정에  추대되셨                사진 1. ‘ 자기를 바로 봅시다’ 한글 친필
                                                             원고 중 일부(1982년 부처님오신날 법어).
             습니다. 마침 그때는 10·27 법난 직후로
             절집 민심이 흉흉했었는데, 큰스님께서 큰 소임을 맡게 되신 겁니다. 큰스

             님은 서울에서 열리는 취임식에는 가지 않으시고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
             로다’라는 법문으로 국민들에게 의미심장한 화두를 주셨습니다.
               그 후 몇 달이 지나 4월 초파일이 다가왔습니다. 당시 총무원장 스님께

             서 “종정 예하께서 초파일 법어만은 꼭 내려주셔야 합니다.”라는 간청을 해

             오셨습니다. 큰스님께서는 “종정 고깔만 쓰고 있으면 아무것도 안 해도 된
             다고 하더니만 초파일 법어는 또 무엇인고?” 하시면서 혀를 끌끌 차셨습니
             다. 다음 날 아침에 부르시더니만 “자! 이것이 초파일 법어다.” 하시면서 원

             고를 주셨는데, 얼른 보니 상당법어上堂法語처럼 한문투성이의 문장이었습

             니다. 큰스님께 박살이 나든지 말든지 한 말씀 드렸습니다.
               “큰스님! 종정스님으로서 불자만이 아니라 모든 배달민족들에게 부처님
             을 대신해서 마음을 충만시킬 말씀을 하셔야 합니다. 이제 공인이 되셨으

             니 쉬운 한글 법어를 내려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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