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고경 - 2021년 11월호 Vol.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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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唐에서는 선수행자들
이 기존 사원으로부터 독립
을 선언하면서 불전을 세우
지 않고 오직 법당만을 세워
자신의 스승을 부처로 삼고
법을 이었다고 하지만 중국
과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불
전 없는 선종사원은 없다.
아마도 불교계를 둘러싼
현실이 후원자 없이 사찰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
이었기 때문에 후원을 거부
사진 5. 1구역 북측 건물지와 일본의 좌선당 참선 모습.
할 수 없었으며, 더불어 후
원자를 위한 축리祝釐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을 이해할 수 있다 해도 선의 정신이 살아 있는 사찰
이 그렇게 많은 선찰 중에 단 하나도 없다는 것에 씁쓸한 서운함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지금의 한국불교가 선을 중심으로 하는 교단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최근 완료된 굴산문의 발굴조사를 통해 굴산사에는 사역 어디를
찾아봐도 불전으로 볼 수 있는 유구를 확인할 수 없으며, 가장 중심이 되
는 건물지가 ‘동서양실형’으로 분류되는 강법당講法堂이라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굴산사가 초기 선불교의 정신을 잇는 고
려 중기의 사찰이었을 가능성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바로 이 점에서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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