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4 - 고경 - 2022년 3월호 Vol.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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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센쇼는 일본불교의 특색을 시기별로 나누어 설명했다. 제1기 나
라시대는 중국불교를 배운 것에 불과하고, 제2기 헤이안시대는 사이쵸最
澄의 천태종과 쿠카이空海의 진언종이 성립되어 일본의 밀교가 세계 제
일이라고 자부했다. 일본의 밀교는 “철학적 이상 위에 종교적 면목을 나
타냈다. 소극적 불교를 적극적으로 바꾸고, 이상적 불교를 신앙적으로
했다.”라고 언급했다. 즉, 센쇼는 일본불교의 특색을 ‘종교적 신앙상의
발전’으로 봤다. 나아가 일본불교가 가장 발전한 시기를 제3기 가마쿠라
시대로 보고, 이 시기 불교의 특색을 제종교의 실천성으로 규정했다.
센쇼의 일본불교 특색 역시 이노우에 엔료의 ‘지위상응설地位相應說’과
는 대척점에 서 있다. 엔료가 대승불교를 풍토와 기후 등의 보편적인 기
준에 따라 서술했다면, 센쇼는 ‘대승’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인
도·중국·일본불교의 문화적 배경의 개별성과 고유성에 착안했다. 주
목할 점은 센쇼가 명시적으로는 3국의 관계에서 우위여부를 주장하지
않았지만 일본을 중심으로 한 시점에서 각 지역의 불교적 특색을 비교
기술했다.
센쇼 이전의 일본 불교사 서적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필자의 사견이 첨
가되었지만 센쇼는 이를 철저히 배제했다. 그는 서양의 근대적 연구방법
론에 입각해 종교로서의 통일성, 일본불교의 고유성과 특징을 학술적으
로 접근하고자 한 연구자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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