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 - 고경 - 2022년 6월호 Vol.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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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주목 지팡이, 다 해질 대
로 해진 누더기 한 벌뿐이었
다, 어느 문중의 어른처럼
예금통장과 금고 열쇠는 흔
적조차 없었다. 듣자 하니
이번에 원융 사형님의 영결
식 및 다비, 사리탑과 탑비
건립에 솔찬히 비용이 들었
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나
도 그 정도 비용만 주고 행
여 남는 게 있다면 불사佛
事에 다 쓰고 가련다. 모름
지기 절의 재산은 신도들의
정성 어린 신심으로 이루어
진 보시布施가 원천임은 두 사진 1. 동국대 불교학술원에서 3년에 걸쳐 조사 연구
하여 정리한 ‘성철스님의 책’ 중 장경들.
말할 필요가 없을 게다. 그
걸 모아서 상좌들에게 주고 가면 불사는커녕 분란만 일어나 망신
만 당하고 마는 게 흔한 일이 되고 있지 않느냐. 너무나 가슴 아
픈 일이다. 일봉스님은 나보다 더 신심 있고 기도도 잘 하니 백련
암 신도들의 지지를 받아서 더 잘 살지 않겠
느냐.”
“그렇지만 스님, 스님이 떠나시면 당장 돈이
없으니 최소한 다비와 사리탑 건립비는 주고
사진 2. 성철스님의 검정고무신. 가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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