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5 - 고경 - 2022년 8월호 Vol.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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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여!
                  개척자여!
                  초인간적 견지에서

                  고답적 보조步調로 행진하라! 행진하라!



                  기침起寢을 알리우는
                  청정한 사원의 새벽 종소래

                  그윽히 들린다.



                  아- 명상!

                  검은 명상 속에 사로잡히였다. (장일우, <명상곡暝想曲>)



               1930년대는 한국문학사에서 시의 시대로 알려질 만큼 풍부한 시 세계가
             구축되는 시기이다. 하지만 한문 경전을 주로 읽는 강원의 학인은 자유시
             창작보다 오히려 한시 창작이 더 수월했던 마지막 세대로 파악된다. 장일

             우의 작품은 『홍법우』 수록 시 가운데 현대시 형식을 갖춘 유일한 작품이

             다. 침잠의 공간, 희망 없는 젊음의 끝에서 초월적 경지를 추구하는 강인
             한 용사의 모습에서 우리는 담대한 자세로 구도에 정진하는 젊은 수행자
             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한문 불경을 과목으로 이수하는 불교학의 학인

             이요 수행자들인 젊은 청년들이 나름대로 소박한 시상 속에 종교적 감성

             을 곁들인 결과 이 시는 『홍법우』가 가진 계몽적 성격에 다채로운 감성의
             숨통을 열어놓은 효과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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