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0 - 고경 - 2022년 9월호 Vol.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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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신앙은 민중이 만든다고 생각한다. 개산조가 없으면 교리도
없고 교단도 없다. 이점에서 생각해 보면, 정행자淨行者가 작은 본
존을 안치한 암자에 사람들이 모이고, 주술이나 방술로 기도나 점
을 의뢰하는 것에서부터 종교는 출발했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사
원이 건립되고 불상을 조영하고, 연기가 생기고 개산조가 기록된
다. 당연히 종파 교단에 소속되고 장원을 가지고 강講을 조직하고
모든 법회가 화려해지고, 권력 투쟁이 일어나고, 종교는 공동화되
는 것이 대략적인 역사이다.”
- 『에마키 모노繪卷와 민속』(1981) 중에서 -
일본종교(불교)의 본류는 주술이나 방술
을 기대한 서민신앙에서 출발해서 사원이
건립되고 종파와 교단이 형성되었다는 것
이다. 이러한 고라이의 시각은 일반 불교
사 연구자들이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파격
성과 극단성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
이다.
하지만, 교리만으로는 해석되지 않는 불
사진 7. 『 일본의 서민불교』(2020) 초판 표 교문화 현상을, 당시 그 누구도 상상하지
지. 1985년 간행.
못한 야나기다 구니오의 민속학을 채용해
고라이는 불교민속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영역을 개척했다. 더해서 민중을
떠나 특정 교리나 교단 조직만을 강조한 불교는 껍질뿐이라는 그의 불교
관 역시 존중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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