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 - 고경 - 2022년 9월호 Vol.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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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들이 종단과 본사를 운영해 오던 모습이 일변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에서 행해지는 민주적 선거제도의 도입은 대중의 의사를 폭넓게 반
영한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도 함께 초래하였습니다. 그
래서 소납은 이와 같은 선거제도는 사찰의 수도화修道化보다 사찰의 정치
화政治化를 부르고, 모든 승가의 퇴폐화를 초래했다는 취지의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당시 소납은 종단의 지도자는 “전 대중의 선거에 의한 투표가
아니라 율장에 명시된 ‘장로회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하며, ‘장로회의’를 설
립하여 각 소임을 선출하고 모든 선거제도는 파기해야 조계종 중흥의 터
를 닦을 수 있다고 본다.”는 글을 썼다가 중앙종단과 대중들의 따가운 눈
총을 받았던 기억이 선합니다.
그랬는데 뜻밖에도 ‘총무원장 단독 추대론’이 불교언론의 전면을 장식하
는 것을 목도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세월과 너무나 다르게 변화하는 종단
정치 상황을 보고 얼떨떨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선택이 반드시 원
만한 결실을 맺었으면 하는 간절한 기대감으로 온 마음을 기울이게 되었
습니다. 고맙고 기쁜 마음에 교계 신문을 살펴보았습니다. “현재 단일 후
보 추대 움직임은 자승스님이 94년 종단개혁 이후 처음으로 연임을 확정
지으며 구축한 불교광장 체제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
도가 후보 검증과 참정권 제약이라는 우려를 뚫고 94년 체제의 한계를 극
복하는 성과로 이어질지에 교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는 기
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불교신문에 아는 기자에게 “불교광장은 종단에서 어떤 단체냐?”
고 질문했습니다. 기자는 “불교광장은 조계종 종회의 종책모임으로 화엄
회, 법화회, 무량회, 금강회 소속 종회의원 스님들이 참여하고 있는 단체
입니다.”라는 짧은 회신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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