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고경 - 2022년 11월호 Vol.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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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지 않은 상황인데 조계사 경내에서만 취임식을 올렸어야 하는 것은 아
          닌가? 거리 통제까지 하며 일을 너무 크게 벌린 것은 아닌가? 하고 괜한
          조바심으로 속을 끓였습니다.

           조계종 종정 중봉성파 대종사 예하께서는 원로의장 대원 대종사님이 대

          독한 법어를 통해 “총무원장 스님은 종단 내의 갈등을 참회와 포용으로 섭
          수하고 화합 승가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법도대로 종단을 운영하며 종도들
          의 지혜와 역량을 결집해 희망과 감동을 주는 종단으로 그 위상을 만들어

          야 할 것이며, 이러한 모습은 만중생의 복전福田이 되며 불교의 중흥을 이

          뤄내는 근간이 될 것”이라고 법문하셨습니다. 이어서 제37대 조계종 총무
          원장 진우스님의 취임사가 조용히 경내에 울려 퍼졌습니다. 그 전문에서
          짧게 인용해 봅니다.




              “지금 우리가 머물고 있는 이 사바세계는 공업共業과 인과를 분명
              하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진보는 우리 인류에게 다양한 삶
              의 혜택을 가져왔지만, 명明이 있으면 암暗이 있듯이 빈부의 그늘

              은 깊어졌고, 탐진치 삼독의 경계를 넘어서지 못한 인간의 이기심

              은 생태계 파괴로 인한 환경문제와 감염병의 창궐 등 일찍이 경험
              해 보지 못한 대위기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지역의 소멸과 생산력 저하 등 수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

              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기술혁명은 급속히 발전하고 있지만 인

              간의 정신문명은 갈수록 피폐화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수많은
              정보의 바다 속에서 인공지능이 사람의 판단을 대신하고 노동은
              이에 종속되는 현상마저 발생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는 지구공

              동체와 인류에게 심각한 위험이 되고 있습니다. 발달하는 문명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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