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고경 - 2022년 12월호 Vol.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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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없지 않습니까? 그 말을 듣고 그 스님이 다시 찾아갔으나 대수스님은
             이미 돌아가신 뒤였습니다. 그래, 다시 투자스님에게 물어야겠다 싶어 투
             자산으로 돌아왔으나 투자스님 역시 이미 돌아가신 뒤였다고 합니다.

               그 뒤에 수산주라는 스님에게 누가 찾아와 이와 똑같이 물었습니다. 그

             런데 수산주는 “무너지지 않는다.”고 대답했습니다. 예전에 대수스님과 투
             자스님 같은 고명한 어른들이 분명 “무너진다.”고 하셨는데 수산주는 무너
             지지 않는다고 하니 둘 중 하나는 틀린 것 아닙니까? 그래 “왜 무너지지 않

             습니까?” 하고 재차 물었습니다. 그러자 “대천세계와 같기 때문이다.”고

             대답하셨습니다.
               대천세계와 같다면 겁화가 타올라 대천세계가 무너질 때 그것도 무너
             져야 되는데 “무너지지 않는다.”고 하니 이 말도 모순되지 않습니까? 그

             러나 여기에 아주 깊은 뜻이 있습니다. 말만 좇아서는 누구도 그 뜻을 모

             릅니다. 분명히 깨쳐야만 합니다. 그럼 이 법문의 뜻에 대해 내 한마디 하
             겠습니다.



                  착어

                  물은 시냇가를 향해 푸른빛을 흘러내고[水向溪邊流出綠]
                  바람은 꽃 속에서 향기를 묻혀 오네[風從花裏過來香].



               이 뜻을 바로 알면 대수스님이 “무너진다.”고 하고 수산주가 “무너지지

             않는다.”고 한 그 뜻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두 분이 정반대로 하신 말
             씀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이 법문에 대해 대
             각스님이 게송을 지은 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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