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고경 - 2022년 12월호 Vol.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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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차가운 달이 사바세계를 훤히 비춘다고 하니 이건 또 무슨 말입니
까? 삼천대천세계가 다 타고 없어져 한 물건도 없는데 사바세계에 달이 비
칠 리가 어디 있습니까? 이 뜻을 바로 알아야만 대수와 수산주 두 분 스님
의 뜻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내 또 한마디 붙이겠습니다.
착어
영조靈鳥는 싹트지 않는 가지 위에서 꿈꾸고[靈鳥不萌枝上夢]
각화覺花는 그림자 없는 나무 위의 봄이로세[覺花無影樹頭春]
싹트지 않는 나무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신령스러운 새는 싹트지
않는 나무 위에서만 꿈을 꾼다고 했습니다. 또 그림자 없는 나무가 어디 있
겠습니까? 그러나 그림자 없는 나무에 봄이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싹트지
않는 가지’와 ‘그림자 없는 나무’, 이것을 분명히 알아야만 영조靈鳥도 알 수
있고, 각화覺花도 알 수 있고, 대각스님의 게송도 알 수 있습니다.
염
도오진道吾眞 선사 가 이 법문을 들어 말하였다.
4)
“이 두 노스님이 한 사람은 무너진다 하고[道壞], 한 사람은 무너지
지 않는다 하였다[道不壞]. 말해 보라, 무너지는 것이 옳은가, 무너지
지 않는 것이 옳은가? 알겠는가, 무너짐과 무너지지 않음이 다 안
팎이 아니니, 털끝만큼도 간격이 없어서 항상 얼굴을 마주 대한다.”
4) 도오오진道吾悟眞. 송宋대 임제종 스님으로 석상초원石霜楚圓의 법제자. 남악南岳 스님의 11세손. 『담주도
오선사어요潭州道吾禪師語要』 1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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