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고경 - 2022년 12월호 Vol.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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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16호 | 불교문화의 장인을 찾아서12 검은 새벽. 세상은 아직 잠들어 있
주철장 원광식
는 시간. 고요한 사찰에서 첫 예불 시
간은 사물四物의 타종으로 시작을 알
린다. 불교의식에 쓰는 네 가지 도구,
범종, 천년의 시공에 법구사물은 수중 생물을 깨우는 목
울려퍼지는 파문 어木魚, 땅의 생물을 깨우는 법고法
鼓, 하늘의 새를 깨우는 운판雲板, 그
리고 산 아래 모든 중생들을 깨우는
김세리
범종梵鍾이다. 이 사물의 울림으로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초빙교수
하루가 시작된다. 사물과 예불소리
에 어느새 어둠은 밀려나고 밝은 새
날은 시작된다.
범종을 치는 이유
범종을 치는 본뜻은 지옥의 중생
들이 모두 고통에서 벗어나 즐거움
을 얻도록 하는 동시에, 불법의 장엄
한 진리를 깨우치게 하는 데 있다. 아
김세리 중현中玄 김세리金世理. 한국차문
침에 33번을 치는 것은 삼십삼천三十
화산업연구소 소장, 다산숲 자문위원, 성
균예절차문화연구소, 중국 복건성 안계 三天에 울리라는 뜻이고, 저녁에 28
차전문학교 고문.대한민국 각 분야의 전
번을 치는 것은 이십팔수二十八宿에
통문화에 대한 애정 어린 연구 중. 저서로
『동아시아차문화연대기-차의 시간을 걷
들리라는 뜻이다.
다』, 『영화, 차를 만나다』, 『길 위의 우리
철학』, 『공감생활예절』 등이 있다. 범종은 불가에서 사용하는 범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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