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고경 - 2022년 12월호 Vol.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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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의 빌미를 찾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위산영우) 선사가 앙산에게 물었다. “『열반경』 40권 가운데 불설이
얼마나 있고, 마설이 얼마나 있는가?” 앙산이 답하였다. “모두 ‘마
설’입니다.” 11)
중국불교에서 『열반경』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경전이고, 나아가 조사
선에서 가장 핵심으로 삼는 도생道生이 ‘돈오성불론頓悟成佛論’을 제창하는
데 근거로 삼았던 중요한 경전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위의 대화에서 앙
산은 이 『열반경』에서 설하는 내용을 모두 ‘마설’로 치부하고 있다. 사실상
불교에서 ‘열반’은 바로 ‘성불’과 거의 대등한 궁극적 가치로 추구된다. 그
렇다면 앙산이 이처럼 ‘마설’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이미 ‘성불’이나 ‘열반’
을 궁극적 가치로 보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앞에서 『단경』에서 추구하
는 바가 ‘성불’이며, 그러한 까닭에 ‘여래선’을 최고의 경지로 설정했다고
했는데, 위앙종에 와서는 궁극적 가치가 변화되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바
로 ‘불경계佛境界’를 추구하는 것으로부터 ‘돈오’를 통한 ‘당하즉시當下卽是’,
‘본래현성本來現成’으로 전환되었음을 여실하게 추정할 수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여래선’과 ‘조사선’의 구별은 후대로 갈수록 더욱 명확해진다. 예
컨대 석상초원은 다음과 같이 설한다.
대중들이여, 알겠는가? “한 번 부딪혀 알음알이를 잊어버리고 다
11) [明]語風圓信·郭凝之編集, 『潭州潙山靈祐禪師語錄』(大正藏47, 578b), “師問仰山: 涅槃經四十卷,
多少是佛說, 多少是魔說? 仰山云: 總是魔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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