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고경 - 2023년 1월호 Vol.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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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지 모두 가사원이 만들어 제공한다.
지금의 가사 제작과정은 1960~70년대 스님들이 바느질로 손수 가사를
지어 입던 시절보다 간소해졌지만 여전히 여러 단계를 거친다. 제일 먼저
섬유업체에서 삼보륜이 직조된 통원단을 가사원에 보내면 가사원에서 재
단 작업이 시작된다. 가사를 수할 스님의 키와 몸무게, 가사 조수에 맞춰
원단을 자르고, 각각의 조각을 이어 붙여 ‘밭 전田’ 자 모양을 만든다. 가사
를 수하는 스님과 이를 보는 중생이 모두 복을 받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 곳의 도편수는 무상스님이다. 스님은 60여 년 전 출가 후 평생을 가
사 만드는 소임으로 수행 정진해 오셨다. 가사원 도편수는 스님들의 체형
을 조사해 원단을 제단하고, 바느질과 다림질을 거쳐 부처님 전에 신심과
원력을 다해 가사불사를 완성하는 총책임자다. 현재 속리산 법주사에 주
석하고 계시는 조계종단의 사실상 마지막 전통 가사 도편수 무상스님을 만
나보았다.
무상스님과 나누는 가사 이야기
속리산 법주사. 차가운 날씨에 먼 길을 왔노라며 따듯한 차를 마련해 주
신다. 1960년대부터 가사를 만들어 온 노스님은 차를 내리는 손끝에도 그
여뭄이 배어 있다. 이제는 연로하여 차향을 눈으로 맡는다고 하지시만 아
직까지 정교하고 섬세한 손짓을 지닌 이유는 가사를 통해 평생을 예민하
게 손을 써 온 탓일 것이다.
무상스님은 열네 살 때 속리산에 소풍왔다가 어느 스님이 가사를 수한
모습을 보고 출가를 결심했다. 서당에 찾아가 한문을 공부하던 중 원적사
아랫마을에서 『금강경』 독송을 듣고 서암스님을 찾아갔다. 서암스님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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