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4 - 고경 - 2023년 3월호 Vol.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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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게 돌아가야 할 수레바퀴 축에 모래가 들어가 삐걱거린다는 뜻이라고 합
          니다. 서양 학자들 중에는 괴로움을 자기네 식대로 풀이하는데, 몇 가지 예
          를 들면 스트레스, 불만족, 비극적 얽힘(tragic entanglement), 끊임없는

          좌절(perpetual frustration), 인간적 곤혹(human predicament) 등입니다.

           둘째 집제集諦(samudaya)는 이런 고통의 원인은 무엇인가 하는 데 대한
          진리입니다. 부처님은 우리가 고통을 당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우리가 가
          진 ‘목마름[渴愛]’ 때문이라고 합니다. 집착, 정욕, 애욕이나 욕심입니다.

           남양 군도나 아프리카에서 원숭이 잡는 방법으로 나무에 줄을 메고 줄

          끝에 코코넛 열매를 달아 놓고 거기에 구멍을 뚫은 다음 속살을 파내고 그
          안에 원숭이가 좋아하는 땅콩 같은 것을 넣어 둔다고 합니다. 원숭이는 코
          코넛 구멍에 손을 넣고 땅콩을 움켜쥡니다. 손이 빠지지 않습니다. 원숭이

          잡는 사람은 유유히 원숭이에게 다가가 원숭이를 잡습니다. 우리도 어느

          면에서는 모두 원숭이처럼 욕심과 집착과 무지로 잡은 손을 펴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런 욕심이나 집착을 없앨 수 없는가 하는 것이 바로 멸제滅諦
          (nirodha)입니다. 부처님은 우리가 우리의 욕심의 불길을 혹 불어 꺼 버릴

          수 있다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훅 불어 꺼 버린 상태’가 바로 니
          르바나, 열반입니다. 열반을 범어로 ‘nirvāņa’라고 하는데, 영어로 표현하
          면 ‘blown-out’ 상태라는 것입니다. 무거운 짐을 지고 산을 올라가 정상

          에 도착한 다음 그 짐을 내려놓을 때의 시원함입니다. 이처럼 집착을 없애

          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하나의 위대한 인간 승리의 선언
          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이런 집착을 없애고 나아가 우리를 얽매고 있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그 길이 바로 도제道諦(mārga)입니다. 그 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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