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7 - 고경 - 2023년 3월호 Vol.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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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수하면 그 대가로 죽어서 극락이든
어디에 갈 것이라는 요지의 언급이 없
습니다. 이런 사항을 지키는 것은 어
디까지나 현실의 삶을 건강하고 아름
답게 살기 위한 것입니다. 요즘 말로
고치면 철두철미 실존주의적 접근이
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가톨릭의 브라이언 피어스 신부는
세계 여러 곳에서 여러 가지 수행법을
경험한 분으로 틱낫한 스님의 ‘마음챙
사진 6. 브라이언 피어스(Brian Pierce) 신부.
김’의 수행법을 접한 후 그리스도교는
사후 천국 가는 것을 너무 강조하고
있는 데 반해 틱낫한 스님은 지금 여기에서의 자유와 환희를 강조한다는
점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2)
한 가지 알아야 할 사실은 극락이 불교에서 말하는 최종 종착지가 아니
라는 것입니다. 불교의 궁극 이상은 극락이 아니라 열반, 니르바나입니다.
열반은 죽은 뒤에 옮겨 가는 어떤 장소가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 집착에서
벗어나 해방과 자유를 누리는 상태입니다. 죽어서 극락 가기만을 희구한
다면 맹귀우목盲龜遇木처럼 얻어진 천재일우의 이생은 일종의 대기상태,
과도기, 전초기지 정도로 소홀히 여겨지는 셈입니다. 사후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열반의 기쁨을 누리는 풍요로운 삶을 살도록 해야겠습니다.
2) 『깨어있음-지금 이 순간에 대한 탐구』(불광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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