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고경 - 2023년 3월호 Vol.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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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 한 가지는 명예입니다. 바로 이름병입니다.
이것은 단수가 높습니다. 돈도 필요 없다, 여자도 내 앞에서는 어른거리
지 못한다고 큰소리치지만, 그 사람의 내부 심리를 현미경이나 엑스레이
기계로 들여다보면, “내가 이토록 참으로 장한 사람이니 나는 큰스님이고
도인이다.” 하며 이름을 내기 위해서 그런 행동을 하고 생활을 하는 경우
가 있습니다. 병 가운데서도 재물병과 여자병, 이 두 가지보다도 더 무서
운 것이 바로 이름병입니다.
계행이 청정하여 돈도 필요 없다, 여자도 감히 어른거리지 못한다고 하
면 천하제일의 큰스님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지만 “큰스님, 큰스
님” 하면서 앞에 와서 자꾸 절을 하면 그만 사리분별이 없어집니다. 여자
와 재물은 벗어나도 대접받는 일에서는 벗어나기 참 힘든 법입니다.
실제로 재물병과 여자병은 결심만 단단히 하면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
런 병에 걸리면 주위에서 남들이 욕이라도 하지만, 이름병에 걸리면 남들
이 더 칭찬해 주니, 그럴수록 이름병은 참으로 고치기 어려운 것입니다. 책
을 좀 보아서 말주변이나 늘고 또 참선이라도 좀 해서 법문이라도 하게 되
면 그만 거기에 빠져 버리는데, 이것도 일종의 명예병입니다. 이리하여 평
생 잘못된 생활이 굳어 버립니다. 자기만이 아니라 남도 그렇게 만들어 버
립니다. 그러다 보면 큰스님 소리 듣고 대접받는 데 정신 없다가 마침내는
부처님이 성취하신 것과 같은 참다운 그런 대자유를 성취하지 못하는 것
입니다. 그래서 옛날 스님들이 재물병이나 여자병보다도 명예병이 더 무
섭고 고치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이러니 우리가 서로서로 반성하여 이 세 가지를 완전히 벗어나서 참으
로 출격 대장부가 되어 크게 자유자재한 해탈도를 성취하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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