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고경 - 2023년 4월호 Vol.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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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대나무를 사모하는 마음을 갖게
된 지는 아주 오래되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 『시경詩經』에도 대나무의 고
아한 모습에 대해 최고의 찬사를 보내고 있
다. 어느덧 대나무는 사람들의 마음 안에서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혹은 닮고 싶은 존
재로 자리매김하였다.
사진 3.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한 공구들.
섬피기오贍彼淇奧 기수淇水 저 너머를 보라
연죽의의緣竹猗猗 푸른 대나무 청초하고 무성하구나.
유비군자有匪君子 고아한 군자가 바로 거기 있도다.
여절여차如切如磋 깎고 갈아낸 듯
여탁여마如琢如磨 쪼고 다듬은 듯
슬혜한혜瑟兮僩兮 정중하고 위엄 있는 모습이여.
혁혜훤혜赫兮喧兮 빛나고 뛰어난 모습이여
유비군자有匪君子 고아한 군자가 바로 거기 있도다.
종불가훤혜終不可諼兮 결코 잊지 못할 모습이여.
『시경詩經』
깨우침의 소리로 태어나는 대나무
배우고 싶었던 대나무는 사람의 손길을 통해 배움의 도구로 재탄생하게
된다. 깎아내고 다듬고 쪼아내고 갈아내는 절차탁마切磋琢磨의 과정을 통
해 죽비竹篦라는 불가의 법구로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죽비는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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