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고경 - 2023년 4월호 Vol.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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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섭니다. 동대구역에서 10시 4분에 출발하여 무정차로 10시 39분에 포항
          역 도착입니다. 짧은 여행이지만 모처럼의 기차 여행에 모두들 조금은 들
          뜬 모습입니다.




            기차를 타고 바다로


           어린 시절 겨울밤, 이불 속에 가만히 누워 있으면 멀리서 기적 소리가 들

          렸습니다. 철로에서 한참 떨어진 곳인데도 겨울밤이면 기적 소리가 긴 여

          운을 남기며 들렸습니다. 기적 소리에는 뭔가 특별한 울림이 있어서 어린
          마음에도 어디론가 떠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곤 했습니다.
           기차를 타면 항상 어린 시절 이불 속에서 느꼈던 특별한 울림이 되살아

          납니다. 차창 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가슴이 설레고 즐겁습니다.

          어디론가 멀리 떠난다는 느낌이 우리를 들뜨게 하는 걸까요. 기차를 타고
          달리면 보잘것없는 산자락까지도 눈길을 끌고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정확하게 35분 만에 종점인 포항역에 도착합니다. 포항역에서 15분을 기

          다린 다음, 동해선 무궁화호로 갈아탑니다. 2004년 KTX가 개통되면서 옛

          날 급행열차이던 무궁화호가 이제 가장 등급이 낮은 기차가 된 것입니다.
           불과 10분 만에 기차는 첫 번째 역인 월포역에 도착합니다. 월포역에서
          조금만 걸으면 바닷가에 도착합니다. 옛날부터 청하면 월포리는 작지만 아

          름다운 해수욕장이 있는 한적한 바닷가였습니다.

           오늘은 비가 오다가 멈춘 날이라 하늘도 흐리고 바다도 회색입니다. 바
          다의 푸른색은 바다 고유의 색이 아니라 빛이 만들어낸 색입니다. 빛이 사
          라지면 색깔 또한 사라집니다. 오후 1시가 좀 넘어가자 하늘이 개며 바닷

          물 색도 푸른색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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