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고경 - 2023년 4월호 Vol.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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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우리는 시각 정보에 의식을 집중하면 긴장하고, 청각 정보에 의
          식을 향하면 긴장을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우치다 다츠루에 의하면
          인간이 가장 무리 없이 이완되어 있는 상태는 외부에서 도래하는 ‘소리’에

          고요히 귀를 기울일 때입니다. 철학뿐만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매너는 바로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4)
                                                    5)
           『법화경』에 따르면 관세음보살님은 해조음海潮音 을 들으며 수행하여 깨
          달았습니다.  해조음은 백색소음입니다. 듣고 있으면 번뇌가 사라지고 마
                    6)
          음이 편안해집니다. 백색소음이란 백색광과 비슷하게 수많은 주파수의 음

          들이 전체 음향 스펙트럼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소리를 말합니다. 파도
          소리, 바람 소리, 시냇물 흐르는 소리에는 백색소음의 요소가 들어 있어 마
                               7)
          음을 편안하게 해 줍니다.  『성경』에도 예수님의 음성이 맑은 물소리와 같
                      8)
          다고 했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소리에 귀 기울이면 마음이 편안해진
          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입니다.


            끝내 넓은 바다로 돌아가 파도가 되리라




           바다 앞에 서면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무언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
          습니다. 그것은 한계와 경계가 없는 광대한 느낌입니다. 한계가 없는 영원
          에 대한 이 감각을 종교적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입니다. 당나라 시절 한 사

             9)
          미승 이 읊은 짧은 시는 우리들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립니다.

          4)  우치다 다츠루, 『힘만 조금 뺐을 뿐인데』, 오아시스(2017).
          5)  밀물이나 썰물이 흐르는 소리. 또는 파도 소리.
          6)  『妙法蓮華經』 「觀世音菩薩普門品」.
          7)  버니 크라우스, 『자연의 노래를 들어라』, 에이도스(2013).
          8)  『계시록』 1:15.
          9)  『庚溪詩話』, “唐宣宗微時,以武宗忌之,遁跡爲僧.一日遊方,遇香嚴閒禪師.同行,因觀瀑布.香嚴閒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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