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5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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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면서
한국 불교는 전통적으로 선불
교가 주종을 이룹니다. 한국 불교
에서는 고려 이후 여러 종파를 통
합하여 선禪과 교敎로 나누었는
데, 이 둘 중에서도 ‘선을 주로 하
고 교를 종으로 한다(禪主敎從)’거
나 ‘교를 뒤로 하고 선으로 들어간
사진 6. 스위스 출생의 카톨릭 신학자 한스 큉(Hans
다(捨敎入禪)’고 하여 어디까지나 Küng, 1928~2021).
선을 교보다 우선시할 뿐 아니라
결국 교는 선을 위한 준비 단계로 볼 정도였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선불교는 서양에서도 따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
히 그리스도인들 중에서 그리스도교의 경직된 규례나 교리에서 벗어나 새
로운 세계로 눈뜨도록 하는 데 선이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유명한 신학자 한스 큉은 “선을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유다.”라고 하면서 자아로부터의 자유, 육체적 정신적 강압으로부터의
자유, 모든 권위로부터의 자유, 나아가 붓다로부터, 경전으로부터, 심지어
선 자체로부터의 자유를 제공하는 힘이 있다고 했습니다.
깨달음을 강조하는 이런 불교의 본래면목이 한국의 일반 불자들 사이에
서도 더욱 많이 알려지고 실천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 기복 일변도로
보이는 오늘날의 관행에서 벗어나 불교가 줄 수 있는 참된 자유를 맛보게
하는 일이 더욱 널리 퍼지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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