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1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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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곳으로 가 보았더니 그것은 구렁이가 아니라 땅 밖으로 나온 굵은 나무
             뿌리임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자유롭게 그 길로 왕래하
             게 되었습니다.

               한 가지만 더 들겠습니다. 어느 사람이 깜깜한 밤에 산비탈 길을 걸어가

             다가 비탈 아래로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떨어지며 용하게 나뭇가지 하나
             를 잡았습니다. 나뭇가지를 잡고 버티다가 결국은 힘이 빠져 손을 놓고 말
             았습니다. 밑으로 떨어졌는데 알고 보니 자신이 매달려 있던 나뭇가지와

             땅바닥까지는 겨우 몇십 센티미터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람이 실상

             을 볼 수만 있었다면 그런 고생을 하지 않고 일찌감치 자유를 얻었을 것입
             니다.



                세계 종교에서의 깨달음



               이처럼 눈을 떠서 사물의 더 깊은 차원, 실상에 더 가까운 면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세계 대부분의 종교들에게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가르침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예수님이 공생애를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외친 것이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마4:17).”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회개하라’고 한 것은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앞으로는 그런
             잘못을 다시는 저지르지 말라는 식의 윤리적 훈계가 아닙니다.

               ‘회개’라는 말의 그리스어 원문은 ‘메타노이아’로 ‘메타meta’와 ‘노이아

             noia’의 합성어입니다. ‘메타’는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탈바꿈을 뜻하는
             ‘metamorphosis’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바꾼다’는 뜻이고, ‘노이아’는
             같은 어근에서 나온 영어 ‘noesis’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의식’, ‘인식 작용’

             을 뜻합니다. 따라서 ‘회개하라’는 말의 원어는 ‘의식을 바꾸라’, ‘보는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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