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0 - 고경 - 2023년 7월호 Vol.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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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양게供養偈


           새벽예불을 마치고 잠깐 눈 붙였다가 6시에 아침 공양하러 선열당으로

          갑니다. 비록 하룻밤이지만 봉암사에서 자고 일어나니 몸도 마음도 개운

          합니다. 절에는 공양게라는 것이 있어서 절밥을 받으면 언제나 자신을 돌
          아보게 됩니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

          갖 욕심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고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

          습니다.”
           나물 반찬 다섯 가지, 찌개의 구성은 같지만 아침 공양에는 죽, 식혜, 사
          과가 더 있습니다. 다섯 가지 나물 반찬도 나물 종류를 조금씩 달리해서 변

          화를 주었습니다. 스님들은 평생 채식만 했으니 나물 맛에 민감할 것입니

          다. 공양주 보살님들도 수십 년 동안 나물 반찬만 만들었으니 전문가가 다
          됐습니다.
           김치, 양배추 생채, 우엉조림, 나박백김치, 엄나무순, 김치·두부찌개입

          니다. 직접 재배하고 채취한 나물들이라 신선도와 청결함은 최고입니다.

          엄나무순(개두릅) 무침 맛이 일품입니다. 채소 반찬만으로 맛있다고 느낄
          수 있는 반찬을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나박백김치 맛이 담백하면서도 소금 맛이 은근히 기분을 좋게 합니다.

          봉암사 공양주 보살님들의 간 맞추는 솜씨가 절묘합니다. 따끈한 죽도 속

          을 따뜻하게 데워줍니다. 후식으로 나온 사과도 맛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식당의 모든 의자 밑에는 테니스공을 잘라 덧대어 놓았습
          니다. 오, 그래서 의자 빼고 당기는 소리가 일체 나지 않았군요. 지금까지

          절은 좀 다녔지만, 절밥을 먹어본 사찰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내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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