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7 - 고경 - 2023년 7월호 Vol.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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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다. 나물 밥상에 불과한 절밥 한
             그릇에도 불도의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비공개 사찰인 봉암사

             에서 첫날 저녁 공양과 이튿날 아

             침 공양, 두 끼를 먹었습니다. 종립
             선원이 있는 봉암사에는 수좌들이
             많기 때문에 공양에 각별히 신경을

             씁니다.

               종무소 앞, 선열당 1층이 공양간
             인데 그 앞에 늘어선 장독들이 경외
                                               사진 2. 뷔페식으로 차려진 저녁 공양.
             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갈색 옹기

             안에 담긴 것들은 모두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 장아찌입니다. 산내 암

             자에 계시는 스님들도 공양은 선열당까지 걸어와서 해야 합니다. 봄과 가
             을이야 기분 좋게 오고 가겠지만 여름과 겨울에는 꽤 힘들겠습니다.
               공양 시간이 상당히 빠릅니다. 스님 공양시간은 아침 공양은 5시 40분,

             점심 공양은 11시 20분, 저녁 공양은 오후 4시 40분에 시작합니다. 불자님

             공양시간은 이보다 20분 늦게 시작합니다.
               공양은 깔끔하게 뷔페식으로 차려져 있습니다. 밥, 나물 반찬 다섯 가
             지, 김, 콩나물·두부찌개입니다. 공양 시간을 잘 몰라서 4시 50분쯤 갔더

             니 스님들과 시간이 조금 겹쳤습니다. 비공개 사찰이라 스님들 외에는 우

             리 일행뿐이었습니다. 스무 명 가까운 스님들이 있었지만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음식 먹으며 쩝쩝거리는 소리나 젓가락 소리도 들리
             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식탁 의자를 빼거나 당기는 소리마저 들리지 않았습니다. 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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