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고경 - 2023년 7월호 Vol.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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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열반에 이르렀을 때 그의 법의를 나에게 내리시며 (미륵)세존께
바치길 명하셨습니다.” 6)
단석산 북벽 미륵하생불과 오른쪽 사선으로 마주보고 있는 대가섭존자
는 왜 미륵의 오른쪽에 서 있을까?
『불설미륵대성불경』을 보면 미륵이 낭적산(계족산)에 올라 작고 초라한
노인을 보고 진심으로 경배하자, 함께 온 대중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하였
다. 곧 미륵은 오른손을 들어 그를 가리키며[彌勒申右手指示迦葉] “저분은 과
거 오랫동안 석가모니 제자 가섭이며 지금 현재까지 두타고행의 제일이
다.”라고 하였다. 그 자리에 함께한 대중들은 가섭의 현신을 보고 더러움
이 없어지는 청정법안을 얻었다. 또한 몇몇 중생은 미륵의 최초법회가 되
어 96억 대중이 아라한과를 얻을 수 있었다. 7)
즉 대가섭존자는 두타제일의 석가모니 제자이며 더 이상 번뇌가 일어나
지 않는 무루혜를 증득하였지만, 미륵신앙 수행자들은 여전히 번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둘의 상관관계는 ‘번뇌를 이미 떨어내다’와 ‘아
직 번뇌를 벗어나지 못했다’이다. 그렇다면 성문승 대가섭존자의 역할은
무엇일까? 그는 석가모니의 제자이고, 예토에서 미륵을 기다리는 보살행
을 수행하였다. 그리고 미륵신앙 수행자들은 대가섭존자의 현신을 경험하
지만 그를 미처 알아보지 못하였다. 미륵이 대가섭존자의 공덕을 칭송하
는 손짓을 하자 미륵을 따르는 수행자들은 대가섭존자가 보살행을 수행하
면서 어떤 고통과 어려움을 감내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단석산 미륵삼존불은 대가섭존자가 미륵하생불을 중심으로 그의 오른
6) T14/456/433b15-21.
7) T14/456/433b22-c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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