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8 - 고경 - 2023년 8월호 Vol.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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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모형은 종교 간에 공통점이 있으니 이런 공통점을 부각시키고 강조하
자는 것이고, 수용모형은 서로 다름을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이고 다름에서
서로 배우도록 하자는 태도입니다. 물론 각 모형에는 장단점이 있지만 가
1)
장 바람직한 모형은 수용모형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웃 종교에 대한 불교의 태도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불교는 불교만이 유일한 참 종교라는 것을 드
러내놓고 주장하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성문승, 연각승, 보
살승으로 나누기도 하고 외도外道라고 정통이 아닌 것을 비하하기도 합니
다. 심지어 일부 불자들 중에는 불교가 바닷물이라면 기독교는 접시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기독교를 폄하하는 경향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것은 마치 표층적인 기독교와 심층적인 불교를 비교하는 것과 같습니
다. 표층적 기독교와 표층적 불교는 다 같이 기복적이라는 면에서 별로 다
를 것이 없습니다. 심층 기독교와 심층 불교는 서로 통하고 서로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웃 종교에 대한 불교의 이상적인 태도를 가장 잘 나타낸 것은 기원전
297년 불교로 개종한 아쇼카 왕이 석주石柱(12)에 새겨놓은 글이라 볼 수 있
습니다. 그 일부를 옮겨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과인 아쇼카 왕은] 모든 종교인들을, 그들이 수도인이든 평신도이든,
한결같이 존경하노라. 과인의 선물이나 존경심보다 더욱 중요한
1) 폴 니터 지음, 유정원 옮김, 『종교신학입문』(분도출판사, 200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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