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6 - 고경 - 2023년 12월호 Vol.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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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와하라의 이러한 평가는 카시와하라
                                  자신의 신란 연구도 한몫했다. 그의 「신란의
                                  사회관  구조」(1962)에서는  신란의  사회관을

                                  순교법적純敎法的, 비탄적悲歎的, 비판적의 세

                                  단계로 구분했다. 순교법적 사회관은 출세간
                                  적 관점에서 세속사회를 분리하고 불교의 탈
                                  속적 주체성을 견지한다. 비탄적 사회관이란

                                  정토진종 교단 내외의 현실 문제를 인식한
          사진 6. 『진종불교사연구1』(1995).
                                  내성적內省的 비탄을 의미한다. 비판적 사회
          관은 신란 만년(1260년 이후)에 나타난 것으로 비불교적 현실을 비판한다.
          카시와하라의 근대불교사 연구가 종교의 세속사회로부터 자율성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내세운 점은 많은 연구자가 지적하고 있는 지점이다. 나아

          가 불교의 근대화를 보다 보편적인 ‘불교의 본래성’, 혹은 ‘자율성’ 확립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신란사상의 세속성과 출세관이 근세와 근
          대로 연결되는 종교적 자율성의 근간이 된다고 봤다.

           더해서 근대불교사학은 주관적 신앙성을 객관적 역사서술 속에 반영시

          켜 나가는 것으로 이는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평했다. 카시와하라는 이 두
          가지를 츠지의 『혼간지론』 속에서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1960년에 잡지
          《근세불교》가 창간되면서 민중사상사라는 새로운 연구가 시작되었고, 근

          세 진종사 연구는 역사학 전반의 동향과 공명하면서 기반을 다져나갔다.

          이에 반해 카시와하라는 학승·교학 연구가 주를 이루면서 불교사학의 스
          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그 결과 불교역사학 전반에 걸쳐 카시와하라
          라는 연구자의 인상이 주류를 벗어난, 다소 느슨한 이미지를 형성하게 되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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