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5 - 고경 - 2023년 12월호 Vol. 128
P. 165
되었다고 주장했다. 츠지의 주장은 이후 전후 불교사학의 연구 형태를 규
정지었다. 카시와하라는 자신의 논문에서 츠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
했다.
츠지의 불교사 연구는 광범위한 문헌을 취급해 종래의 연구가 따
라갈 수 없을 만큼의 성과를 남겼다. 그의 연구를 관통하는 것은 흘
러넘치지 않는 고증주의이자 객관적 고찰이었다. 그 때문에 그의
연구는 많은 이들에게 큰 신뢰를 주었다. … 그러나 이러한 평가에
도 불구하고 츠지의 불교사학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것은 고증의 엄
밀함이란 그늘에 숨어 있는 아쉬움, 독서 후 해소되지 않는 불충분
함이었다. 근세불교사는 내용이 평이하고 근세불교 전체의 역사적
존재 의의 자체가 희박하다. 그래서 후배 연구자들의 연구 의욕마
저 사그라들게 하는 상황으로 몰아가는 느낌을 금할 수 없다.
- 「근대불교사학의 일과제」(1992) 중에서 -
카시와하라의 츠지에 대한 평가는 꽤 신랄하다. 하지만 츠지의 『혼간지
론本願寺論』(1919)은 “안으로는 타락사관墮落史觀에 기반을 두면서 역사적으
로도 상당히 납득할 수 있는 논고가 있다.”라고 예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했다. 『혼간지론』은 츠지의 여러 유명한 저서들과 달리 크게 유명세를 타
지 못한 저서이다. 카시와하라가 이 저서를 높게 평가한 데에는 『혼간지론』
이 신란親鸞의 가르침을 평민교로 파악하고 있고, 진종의 본질에서 벗어난
다는 측면에서 교단의 귀족화를 논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카시와하라는 츠
지의 『혼간지론』을 타락사관을 탈피하고 불교의 본래성에 입각한 분석이
라고 평가했다.
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