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고경 - 2024년 1월호 Vol. 129
P. 44

성찰과 실험은 ‘당연히 성공할 수밖에 없는’ ‘특별한 인간의 특별한 과정’이
          되어 버렸다.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사람들로서는 감히 흉내도 내보지 못
          할 특별한 것이 되어 버렸다. 따라 할 수 있는 모범이 아니라, 그저 받들어

          야 할 숭배와 신앙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고타마의 수행 과정을 이렇게 종교화된 시선으로 보게 되면, 붓다가 제
          자들에게 들려주는 회고는 성자의 특별함을 확인하는 ‘종교적 전설’로 받
          아들이게 된다. 그럴 때는 붓다의 회고에서 ‘지금 여기 자신의 실존’에 적

          용할 수 있는 내용을 읽어내기가 원천에서부터 제한된다. 우러러 존중할

          뿐 감히 넘볼 수 없는 ‘특별한 초인의 전설’은 우리의 실존과 접속하기가 불
          가능해진다. 실패와 성공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알려주어 자신의 성취를
          개방하고 공유하려던 붓다의 회고는, 종교적 외투가 입혀질수록 본래의 생

          명력을 상실해 버리고 만다.

           두텁게 입혀 놓은 종교적 외투는 과감하게 벗겨보고, 그러나 삶의 깊은
          치유력을 전수받으려는 경건한 태도는 종교적 수준으로 간직한 채, 청년
          고타마 싯다르타의 수행 시절을 세심하게 들추어 보아야 한다. 그 수행 과정

          을 현재 실존의 관심으로 음미하는 것이 붓다를 제대로 대접하는 길이다.



            고타마 싯다르타의 두 가지 수행 과정



           우리의 관심은 고타마 싯다르타의 어떤 선택과 노력이 붓다로의 변환을

          가능케 했는가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의 성공 요인이 궁금한 것이다. 12
          연기가 대변하는 연기법에 대한 성찰 과정은 붓다가 된 직후에 펼쳐지고
          있기에, ‘연기법을 성찰해서 깨달음을 성취하여 붓다가 되었다’라는 이해

          는 타당하지 않다. 적어도 현존 기록에 의하는 한, 고타마 싯다르타의 수



          42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