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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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보하지 못한 것이 후회막급입니다.
               ‘맹구우목盲龜遇木’과 ‘침개상투針芥相投’라는 말이 있습니다. 맹구우목은
             아주 오래 산다는 바닷속 눈먼 거북이가 백 년에 한 번 바다 위로 숨 쉬러

             떠오를 때, 그때 망망대해를 떠다니던 나무판자에 뚫린 작은 구멍에 거북

             의 머리가 들어가게 되는, 확률적으로 아주 어려운 인연을 말합니다. 침개
             상투는 바늘을 땅에 세워 놓고 높은 하늘에서 작은 겨자씨를 던져서 그 겨
             자씨가 바늘에 꽂히는 정말 어렵고 힘든 인연을 말합니다.

               중생이 사람의 몸을 받고 또 불법 만나기가 어렵고 힘든 것을 비유했지

             만 다행히 소납은 전세前世의 선근으로 세상에서 견줄 바 없는 부처님 법
             을 만났고, 눈 밝은 스승님을 모시는 귀한 인연을 만났습니다. 그럼에도 부
             덕의 소치로 깨달음을 위한 발심은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울 따

             름입니다.

               원효스님은 “높은 산 큰 바위는 슬기로운 사람이 머물 곳이요[高嶽峨岩 智
             人所居], 푸른 솔 깊은 골짜기는 눈 푸른 수 행자가 살 곳이다[碧松深谷 行者
             所捿].”라고 하셨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높은 산 큰 바위 있는 곳에

             서 살아야 하고, 수행자라면 푸른 소나무가 우거진 깊은 골짜기에서 살아

             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통창 너머로 보이는 5월 초순 반룡산 자락의 푸른 신록이 넘실대는 골
             짜기를 바라보면서 눈 덮인 가야산을 찾던 그 시절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좋은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현재에 충실하고 한 생각 잘 챙기며 지내겠습

             니다.
               백련암 성철 큰스님의 가르침이 영원한 행복으로 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나침판이 되었으면 합니다. 큰스님의 가르침을 봉행하는 불자님 모

             두 행복하시기를 기원하면서 펜을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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