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2 - 고경 - 2024년 7월호 Vol.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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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청색을 칠하고 그 위에 금니만으로 그린 고려 유일의 금선묘 불화이다.
          아쉽게도 일본 야마나시현에 있는 사찰 손타이지(尊體寺)에서 소장하고 있
          어 쉽게 만날 수는 없다.

           세월이 흘러 천여 년이 지난 관음도는 이제는 바탕이 되었던 비단도 낡

          아지고, 채색도 시간 속에 흩어져 화려했던 원래의 색은 사라지고 그 기운
          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나 후대에도 여전히 수월관음도에 대한 관심
          과 인기는 여전하다. 아마도 보일 듯 말 듯 숨겨진 섬세한 필치와 은은하

          게 펼쳐지는 금니의 황금빛 그윽함에 매료되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시

          간이 더 지나면 수월관음도의 채색은 거의 사라져 관세음보살님은 떠나고
          반짝이는 황금빛 여운만이 남게 될지 모른다. 그렇게 우리 곁에 찾아왔다
          고요히 떠나가는 불화 속 부처님 이야기를 만나보자.




            다시 시작되는 황금탱화


           불교 미술인 불화佛畫는 불교신앙의 내용을 압축해서 그림으로 표현한

          다. 천이나 종이에 그려 족자, 액자의 형태로 벽에 거는 불화인 탱화幀畵,

          벽에 그려지는 벽화壁畫, 책의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한 경화經畵로 구분된
          다. 단청도 넓은 의미에서 불화에 포함된다. 고려시대 전기까지의 불화는
          주로 벽화로 그려졌는데, 점차 제작이 간편하고 이동이 쉬운 탱화가 많이

          그려졌다.

           전문 화사畫師가 아닌 불교회화를 담당하는 승려가 그리는 것이 일반적
          인데, 도화서 화원으로 유명한 김홍도와 같은 화가도 탱화를 그렸다는 기
          록이 있다. 부처님의 일화나 생애 등 경전의 내용을 담은 상단탱화, 시왕

          도와 지옥도와 같은 중단탱화, 신장상 등이 묘사된 하단탱화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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