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9 - 고경 - 2024년 7월호 Vol.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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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산하대지와 상좌의 자기는 같은가 다른가’라는 질문에 대해 철저한
             해결을 얻지 못했던 법안은 행각에 나서 지장원에서 수행한 끝에 계침이
             말한 ‘만일 불법을 논한다면 모든 것이 보이는 그대로이다’라는 한 마디에

             환하게 깨달았다고 하는 일화를 표현한 것입니다.                 2)

               두 사람의 뒤로 허리보다 낮은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위치에 어렴풋하게
             멀리 있는 산이 보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서 자연과 자기의 동일성을 논하
             는 문답이 행해지는 것을 상징한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산하대지와 내가 같다’는 말은 만물을 자아에 이입하여 니르바나에 이르

             게 하는 범아일여梵我一如와 같은 말이라고 해석해도 좋을 것입니다. 우파니
             샤드 전통에서는 이것을 ‘탓 트밤 아시Tat tvam asi’ 즉, ‘네가 그것이다’라고
             합니다. 모든 피조물은 그 전체성 속에서 ‘나’입니다. 나밖에 다른 존재는 없

             습니다. 우리가 고유의 개별성을 초월하면 황홀경에 빠지는 것과 같은 이치

             로 누구라도 이런 깨달음을 얻는다면 기쁨이 넘쳐흐를 것입니다.


                어찌 꽃잎이 시든 다음에야 삶의 덧없음을 알아차리리오




               법안은  남경南京에  있는  청량사에  있으면서  남당南唐의  군주인  이경
             (916~961)과 대단히 친하게 지냈습니다. 하루는 둘이서 불도를 논하다가 만
             발한 모란을 감상하러 갔는데, 이 자리에서 군주의 청에 따라 법안은 즉흥

             시를 한 수 지었습니다. 아마도 이경이 30대 후반, 법안은 60대 후반이었

             을 것입니다.






             2) 선림고경총서 10, 『五家正宗贊』 下, 법안종 청량법안선사 條 pp.197~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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