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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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정능엄신주大佛頂楞嚴神呪(이하 능엄주) 역시 그래서 범어梵語 그대로
표기하여 암송하지요. 그러다 보니 “뜻도 모르면서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이의를 제기하며 번역해서 그 내용을 소개하는 분들이
있고, 실제로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수행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런데 막상 진언을 번역한 걸 보면 싱거울 정도로 그 의미가 단순하
고 평이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존재가 변화해 가는 이치나 마음의 원
리를 설명하는 깊이 있는 글도 아니고, 고준한 철학이나 사상을 담은 글
도 아닌, 오히려 ‘행동하자, 실천하자’는 단순한 내용이라는 걸 알 수 있
습니다.
예를 들어 가장 많이 알려진 『반야심경般若心經』에 있는 진언, ‘아제아
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보디 스바하’를 볼까요. 내용의 의미는 ‘가자. 가
자. 어서 가자. 저 언덕으로, 모두 함께 어서 가자’입니다.
그런데 이 단순하고 평이한 내용의 진언을 왜 ‘가장 신령스러운 주문
이고[시대신주是大神呪], 가장 밝은 주문이고[시대명주是大明呪], 가장 높은
주문[시무상주是無上呪]’이라고 하는 걸까요? 제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서원誓願과 실행實行’
수행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간절하면서도 강력한 ‘하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이는 믿는 마음, 즉 신심信心의 기본이자 시작이 되며,
내가 하는 수행의 귀결歸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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